뉴 애브노멀(New Abnormal)은 새로운 경제질서를 뜻하는 뉴노멀과 대비되는 용어다. 코로나19로 인한 팬데믹과 같은 상황에서처럼 "시장의 변동성이 일시적인 현상으로 끝나지 않아 불확실성이 매우 커진 상태를 일컫는 말"이다. 코로나19는 여느 감염병처럼 쉽게 극복하고 사라질 바이러스로 생각했으나, 상황은 몇년간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포스트 코로나를 넘어 이제 기업뿐만 아니라 개인도 생존을 위한 준비가 필요한 시기다.

팬데믹은 이미 진행 중이던 비즈니스의 근본적인 균열을 드러냈을 뿐, 민첩한 사업에 이미 투자해온 산업과 기업은 회복탄력성이 높은 서플라이 체인(공급망, Supply Chain)을 유지하며 기회를 잡고 변화를 가속화했다.

◆ 유연한 기업 문화가 공급난 해법 (인터뷰 with 조선일보 WEEKLY BIZ)

- 기업 입장에서 공급망 위기에 어떻게 대처해야 하나.

“가장 중요한 대응책은 ‘유연한 기업 문화’라고 생각합니다. 유연한 기업은 몇 가지 뚜렷한 특징이 있습니다. ‘진실을 자유로이 말하는 규범’ ‘계층적인 승인 과정을 거칠 시간이 없을 때 문제와 가장 밀접한 사람들이 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하는 것’ ‘업무 마비 시 직급보다 전문 지식을 존중하는 것’ 등입니다. 팀원들이 권력(고위층)에 진실을 말할 수 있을 때 정보는 빠르게 이동합니다. 정보의 중앙 집중화는 조직이 최대한 빨리 문제를 감지하고 신속하게 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돕습니다. 예컨대 글로벌 패션 기업인 자라(Zara)는 문제 발생 시 라인 운영자나 지역 감독관이 고위 경영진의 승인 없이도 신속하게 시정 조치를 할 권한을 갖습니다. 문제와 밀접한 층위에서 의사 결정을 내린다면, 완화 조치를 신속하게 취해 작은 위기가 큰 문제로 비화하는 것을 막을 수 있죠. 그러려면 실수를 저지른 사람을 벌하지 않는 문화가 있어야 합니다.”

셰피 교수는 코로나 바이러스가 마치 ‘두더지 게임’처럼 언제 어디서 어떤 문제를 일으킬지 예측하기 어렵기 때문에 공급망이 있는 현지에서 발생한 정보를 빠르게 파악할 수 있는 도구들을 갖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타이거팀’과 ‘공급망 지도화’가 대표적인 수단이다. 타이거팀은 플렉스(세계 3위 전자제품 하청 생산업체)와 존슨앤드존슨 같은 선두 기업들이 운용하는 소규모 조직으로, 공급업체나 고객사가 있는 현장을 직접 누비면서 현지 이해관계자들과 현지 언어로 커뮤니케이션하는 역할을 한다. 정부 관계자와 접촉하고, 현지 언론과 소셜미디어 게시물을 추적하는 방식으로 1차 정보를 수집해 지원하고 사전 조치도 취한다. 플렉스는 타이거팀의 활약 덕분에 2020년 중국 춘절(2월 1~2일) 전에 이미 팬데믹 조짐을 감지했고, 곧장 중국 내 직원 6만명이 사용할 수 있는 개인방역용품(PPE)을 비축할 수 있었다.

또 다른 대응책인 공급망 지도화는 많은 기업이 공급업체의 설비가 실제 어디 있는지도 모른다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한다. 사무실이나 배송 출발지만 알 뿐 납품되는 부품이 어느 지역 공장에서 생산되는지 모르면 공급망 문제에 발 빠른 대처가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셰피 교수는 시간이 걸리더라도 공급업체들의 위치 데이터를 최대한 찾아내 지도화하면 한 공급업체가 마비되는 즉시 회사는 어떤 제품의 공급이 부족할지, 어떤 고객 업체가 영향을 받을지, 수익에 얼마나 타격을 받을지 빠르게 파악할 수 있다고 했다.

셰피 교수는 자신의 MIT 제자인 빈디야 바킬이 설립한 레질링크(Resilinc)를 예로 들었다. 이 회사는 기업 고객의 공급망 지도를 만든 다음 AI(인공지능) 분석으로 문제가 될만한 지역과 공급업체들을 미리 파악해 통보해준다. 셰피 교수는 “레질링크 AI는 이미 2019년 말 중국 우한 지역의 알 수 없는 폐렴을 포착했고 2020년 1월 4일 고객들에게 경보를 발령했다”며 “(레질링크의) 고객사들은 모바일 앱에서 그곳에 어떤 공급업체가 있고 어떤 부품을 만드는지, 자신들에게 얼마나 영향을 미칠지 확인할 수 있었다”고 했다.

◆ 리쇼어링보단 ‘중국+1′ 전략

-팬데믹 이후 전망도 궁금하다. 미·중 갈등과 팬데믹 여파로 보호무역주의와 리쇼어링(생산 기지 본국 회귀)이 가속화될 거란 전망에 대해선 어떻게 보는지.

“그런 상황은 경제가 아닌 정치 세력에 의해 주도되기 때문에 예측이 쉽지 않습니다. 다만 경제적인 관점에서 자유무역과 세계화는 사회에 큰 이익입니다. 관세는 상대국의 보복 관세를 부르기 때문에 (소비 측면에서) 시민에 대한 세금입니다. 그리고 많은 회사의 리쇼어링은 사실상 회사를 소비자에게서 더 멀어지게 합니다. 이미 수십 년간 설비 투자를 해온 중국은 이제 와 잃어버리기에는 너무나 중요한 시장입니다. 예컨대 독일의 글로벌 화학 회사 바스프(BASF)의 공급망 담당 임원인 랄프 부쉐는 ‘중국에서의 생산은 중국이나 아시아를 위한 것이기에, 우리는 중국에서 생산할 것’이라고 말합니다. 이미 글로벌 입지 포트폴리오를 최적화한 기업들은 리쇼어링에 참여하지 않을 가능성이 큽니다. 여러 회사는 ‘중국+1′ 전략을 차세대 자본 투자 계획으로 언급합니다. 중국 공급망은 놔두고 위험 분산을 위해 인근 아시아 국가를 검토 중이죠.”

-미래에 또 다른 팬데믹이 발생한다면 세계경제는 지금과 다른 대처가 가능할까?

“그렇진 않을 겁니다. 역사를 돌아보면 알 수 있지만 사람과 기업, 정부는 모두 나쁜 일을 매우 빨리 잊는 경향이 있습니다. 또 다음 위기는 팬데믹이 아닐 수도 있습니다. 악성 사이버 공격 때문에 인터넷과 신용카드, 줌(화상회의 플랫폼) 등이 마비돼 작동하지 않을 수도 있겠죠. 그럴 경우 전자상거래 보단 오프라인 상점이 중요해지고 우리는 팬데믹 기간 했던 것과 정반대되는 대응을 해야 할 겁니다. 그것이 바로 기업의 유연성이 중요한 이유입니다.”


출처 : https://m.blog.naver.com/pencilvase/222527199632

"세계경제 채찍효과, 공급망이 무너졌다" WEEKLY BIZ