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코틀랜드의 발명가 제임스 와트는 1765년 글래스고 그린 공원을 걸으며 증기 기관이 어떻게 작동해야 하는지 상상했다고 한다. 와트는 엔진에 별도의 응축기를 설치하면 메인 실린더를 뜨겁게 유지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고, 이를 통해 당시 존재하던 거대한 증기 기관보다 더 효율적이고 컴팩트한 엔진을 만들 수 있었다. 그러나 이 문제를 오랫동안 고민해 온 와트는 1775년부터 시장에 실용적인 제품을 출시하기 위해 기업가 매튜 볼튼과의 파트너십이 필요했고, 이후 성공을 거두었다.

"사람들은 아직도 와트의 '유레카!' 순간 이야기를 인용하는데, 와트가 말년에 직접 홍보했던 이야기다."라고 MIT대 공학자이자 과학 역사학자인 데이비드 민델 교수는 말한다. "하지만 사실 와트는 20년 동안 가족을 부양하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여러 번의 실패를 겪은 끝에야 비로소 '증기 기관(steam engine)'은 세상에 나올 수 있었다. 오늘날 우리가 제품-시장 적합성(product-market fit)이라고 부르는 것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여러 가지 발명품이 더 필요했다." (참고: "볼턴, 와트의 마음을 헤아리다", 중앙일보 기사)

증기 기관의 전체 이야기는 오늘날 “제품 혁신”이 아니라 “프로세스 혁신”이라고 불리는 전형적인 사례라고 데이비드 민델 교수는 강조한다. 발명품이 세상을 바꿀 준비가 된 완전한 형태의 제품인 경우는 거의 없다. 대부분, 산업 시스템에 채택되기 위해서는 개선의 연속과 지속적인 설득이 필요하다.

이러한 사실은 오늘날에도 여전히 유효하다. 대부분의 기술 기반 성장은 발명가와 기업들이 시간이 지남에 따라 사물을 조정하고 개선하면서 겹치는 발전에서 비롯된다. 민델은 <뉴 루나 소사이어티: 미래 산업 혁명을 위한 지침서 The New Lunar Society: An Enlightenment Guide to the Next Industrial Revolution>에서 이러한 아이디어를 탐구한다. 민델 교수는 항공우주공학 교수이자 MIT대 공학 및 제조 역사 디브너 교수로 재직 중이며, MIT에서 미래의 일(Work of the Future) 이니셔티브를 공동 설립하기도 했다.

“우리는 제품 혁신에 매우 능숙하지만 이를 지나치게 강조해왔다. 하지만, 시스템의 제작, 수정, 재구축, 업그레이드 등을 개선하는 방법과 같은 프로세스 혁신도 마찬가지로 중요하다는 사실이 분명해졌다. 이 두 가지 요소는 서로 깊이 얽혀 있다. 제조는 프로세스 혁신의 일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오늘날, 세상을 변화시키는 제품으로 자리매김한 것들이 너무 많기 때문에 적응력과 끈기가 실질적으로 개선의 본질이라는 사실을 알아두는 것이 특히 중요할 수 있다.
“젊은 혁신가들은 자신의 발명품이 처음에는 효과가 없을 때, 개선하고 참여해야 하는 과정의 시작에 있으며, 성장할 수 있는 적절한 파트너를 찾아야 한다는 사실을 항상 깨닫지 못한다."라고 민델 교수는 말한다.

민델 교수의 책 제목은 버밍엄을 중심으로 만들어진 루나 소사이어티(Lunar Society, 한국에는 '만월회 또는 월광회'로 소개, 참고: 지성의 원동력 - 세계를 움직인 ‘잡학 클럽', 매경 ECONOMY 기사)라는 모임에서 만났던 영국 계몽주의 사상가들과 발명가들(와트도 그들 중 하나)을 가리킨다. 여기에는 도자기 혁신가인 조시아 웨지우드(Wedgewood), 의사인 에라스무스 다윈(Darwin), 화학자 조셉 프리스트리(Priestley), 그리고 와트의 개선된 증기 기관을 신뢰할 수 있는 제품으로 만드는 데 기여한 금속 제조업자 볼튼(Boulton)이 포함되어 있었다.

“루나 소사이어티에 관한 이야기는 사람들이 엔지니어링이나 다른 분야에서 경력을 쌓는 방식에 대한 모범 사례다. 오늘날 대중 매체에서 다루는 기술에 관한 이야기와는 다른 방식으로 말이다. 모두가 웨지우드가 중국 도자기와 경쟁할 수 없다고 말했지만, 그는 루나 소사이어티에서 배운 것을 바탕으로 영국 도자기 산업을 일으켜 세계를 선도했다.”고 민델 교수는 지적한다.

루나 소사이어티의 미덕을 현대 산업에 적용하는 것은 기술에 대한 핵심 아이디어를 얻는 데 도움이 된다. 연구에 따르면 학습과 협업을 가속화하기 위해서는 디자인과 제조가 가능하면 인접해야 하며, 전 세계적으로 분산되어 아웃소싱되어서는 안 된다고 한다. 또한 기술이 인간의 욕구를 충족시켜야 하며, 벤처 캐피털은 산업 시스템에 더 집중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민델 교수는 산업 혁신에 더 적합한 벤처 파이낸싱 구조를 사용하여 기업에 투자하는 Unless(https://www.unless.co/)라는 회사를 공동 설립했다.)

새로운 산업주의가 구체화되는 것을 보면서, 민델은 미래에는 조직 전반에 걸쳐 새로운 업무 방식, 협업 방식, 지식의 가치 평가 방식이 포함될 것이며, 중소 규모 제조업체를 위한 더 많은 AI 기반 오픈 소스 도구가 포함될 것이라고 제안한다. 또한 그는 새로운 산업주의가 산업 장치와 시스템에 대한 지식의 귀중한 원천인 유지보수 및 수리 작업에 더 큰 중점을 두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우리는 물건을 계속 작동시키는 방법을 과소평가하면서 동시에 노동력의 중간을 비워내고 있다. 그러나 운영과 유지 관리는 제품 혁신의 현장이다. 자동차나 식기세척기를 수리하는 사람에게 물어보라. 그들은 모든 모델의 강점과 약점을 잘 알려줄 것이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이 작업의 총합은 새로운 산업주의로 이어질 수 있다. 문화적 지위를 우리 삶의 물질적 기반을 소중히 여기고 그것을 개선하고자 하는 운동으로 끌어올린다면 말 그대로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는 것이다.” 민델 교수는 “이 책은 미래를 예측하지 않는다. 오히려 기계가 모든 것을 하고 사람들은 머리에서 전선이 나오는 의자에 편안히 앉아 있는 유토피아적인 미래에 대해 말하는 것과는 달리, 낙관적이고 현실적인 관점에서 산업의 미래에 대해 이야기하는 방법을 제안한다.”

또한 민델 교수는 산업 시대 계몽주의의 융합, 미국 건국, 그리고 공화국 형성에 있어 산업의 중요한 역할에 관한 내용을 또한 책에서 할애하고 있다. “미국 건국과 관련된 모든 중요한 문서에 서명한 유일한 건국의 아버지 벤자민 프랭클린은 현대 전기 과학을 구체화하고 최초의 실용적인 발명품인 피뢰침을 개발한 사람이기도 하다. 하지만 토머스 제퍼슨과 폴 리비어를 포함한 여러 인물들이 산업 혁명과 민주주의를 통합했다. 산업은 처음부터 미국 민주주의의 핵심이었다.”

실제로, 민델이 책에서 강조하듯이, “산업”은 굴뚝을 연상시키는 것 이상의 인간적인 의미를 가지고 있다. 열심히 일한다면, 즉 근면함은 시간이 지나도 발명을 꾸준히 재개발한다는 생각과 잘 어울린다.

민델이 산업 혁명에 대해 높이 평가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는 그 시대의 산업화가 열악한 근무 조건과 환경 파괴를 가져왔다는 것을 인정한다. MIT의 미래의 일(Work of the Future) 이니셔티브의 공동 설립자 중 한 명인 그는 21세기 산업주의가 그 기본 원리 중 일부를 재고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영국] 산업화의 이상은 환경과 노동을 간과했다. 그렇다면 지금 이 시점에서 산업 시스템을 어떻게 재고해야 더 나은 결과를 얻을 수 있을까? 민댈 교수는 산업이 성장하는 동시에 탈탄소화(decarbonizing)를 이루는 경제를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결국, 민델 교수는 “온실가스 배출량의 약 70%는 산업 부문에서 발생하며, 모든 잠재적 해결책은 새로운 물건을 많이 만드는 것과 관련이 있다. 커넥터와 전선만 만들어도 마찬가지다. 우리는 탈산업화를 통해 탄소를 제거하거나 글로벌 공급망 위기를 해결하려고 하지 않는다. 재산업화(reindustrializing)를 통해 이를 달성할 것이다.”라고 덧붙인다.

<뉴 루나 소사이어티>는 기술 전문가와 많은 다양한 학자들로부터 찬사를 받았다. ‘산업적 계몽주의’라는 용어를 만든 노스웨스턴 대학의 경제사학자 조엘 모키르(Joel Mokyr)는 민델 교수가 ‘혁신에는 지식과 실천, 정신과 (물리적) 노동의 결합이 필요하다는 것을 깨닫고 있다. … 그는 독창적이고 통찰력 있는 책을 썼다.’고 추천했다. 아마존 소비자 사업부의 전 CEO인 제프 윌크 는 이 책이 “제품과 프로세스 혁신에 능숙한 번영하는 산업 기반이 강력한 민주주의의 토대라는 설득력 있는 주장을 펼친다.”고 말했다.

“산업 현장에서 일하는 젊은이들을 생각하면, 그들이 위대한 전통의 일부이고 세상을 변화시키는 중요한 일을 하고 있다는 것을 깨닫게 해주고 싶다. 기술에 관심이 있지만, 과장된 언어가 그들의 열망이나 개인적인 경험과 맞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나는 미래를 상상하고 이야기하는 방법으로 이 새로운 산업주의를 구체화하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민델 교수는 강조한다.


출처: MIT News 2025.02